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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34

사랑은 급류를 건널 수 있을까 – 정대건 『급류』

밀리의 서재를 뒤적이다가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급류'라는 단어. 낯설고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문득, 마음이 복잡했던 날의 기분과 딱 어울리는 제목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펼쳤다.그렇게 나는 이 소설에 휩쓸렸다. 급류는 무섭다. 빠르다. 그리고 빠져든 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누군가의 삶이 물살에 휘말리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허우적거리며 물을 삼키는 사이, 중심을 잃고 아래로 끌려가는 사람. 정대건의 소설 '급류'는 그런 이야기다. 어떤 사랑은, 어떤 상처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휘감고 흘러간다.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잔잔한 물 위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가 수면 아래 깊은 진실을 건드린 것처럼, 내 마음도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한여름, 두 구의 시신으로부..

독서 2025.05.31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 : 보드리야르와 《플라네타리안(planetarian)》

"이제는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남은 것은 모방의 층위뿐이다."― 장 보드리야르우리는 진짜를 본 적이 있을까.진짜 사랑, 진짜 기억, 진짜 인간다움.그것들은 언제나 너무 멀거나, 이미 사라졌거나, 혹은 원래부터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플라네타리안》은 그런 ‘진짜가 없는 세계’에서 시작한다.핵전쟁 이후의 황폐한 도시, 사라진 문명, 그리고 남겨진 한 소녀.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소녀는 인간이 아니다. 로봇이다.이야기는 묻는다.“누가 더 인간적인가?”시뮬라크르, 혹은 별을 설명하는 모조품보드리야르는 말했다.“우리는 더 이상 진짜를 모방하지 않는다.모조품이 모조품을 복제할 뿐이다.진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플라네타리안》의 유메미는 '진짜 인간'을 흉내 내는 존재다.사람처럼 말하고, 미소를 짓고, ..

생각 2025.05.31

존재에서 의미로: 바이올렛 에버가든과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요즘, 자꾸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나는 어떤 사람일까?’어린 시절의 나는 나에 대해 말이 많았다.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사람, 되고 싶은 미래. 나는 나를 잘 아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야 안다. 정작 중요한 질문일수록, 침묵하게 된다는 것.그런 질문 앞에서 나는 말없이 멈춰 서곤 한다. 지금 나는 이직 후 신입사원이다. 책임지는 일은 적지만, 책임감은 무겁다. 매일 무언가를 배우고, 매일 무언가에 흔들린다. 한편으론 이렇게 느끼는 감정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하이데거는 말한다."인간은 세계-내-존재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 안에 던져져 있다."그 ‘던져짐’이란 단어는 때때로 너무 날것처럼 들린다. 상처 같고, 흉터 같고, 혹은 지금의 나 같다. 선택하지 않은 자리에서 깨어..

생각 2025.05.31

종교관 1

예전 재수생시절 재수학원 논술선생님께서 말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신을 믿고 교회를 가는 것이 이득인가? 에 대한 이야기였다. 교회를 다니는 유무와 천국과 지옥의 존재 라는 이 두가지 명제로 가치비교를 했다. 교회를 다니면 천국에 간다는 전제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이 비교를 요약하면 천국,지옥이 존재한다. 천국,지옥이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를 다닌다. 맥시멈 이득 매주 일요일 교회에 다닌 시간만큼 손해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맥시멈 손해 이득, 손해 없음 즉 이 경우 교회를 다니면 맥시멈 이득 - 매주 일요일 교회에 다닌 시간의 가치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맥시멈 손해 - 0 의 가치를 지닌다.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교회를 다니는 것이 맞다. 이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녔기에 매료되기 쉽지만 여..

생각 2019.10.13

'어둠속에서도 꽃은 핀다' 를 읽고

인텔리겐치아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있다. 삶을 먹물로 점철하여 먼 곳에서도 보이지만 먼 곳을 볼 수는 없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인텔리겐치아라 불리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문희씨는 그런 인텔리겐치아와는 대척점에 있던 사람이다. 7살과 13살 때 그는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의고 엇나가며 양아치와 어울렸었다.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해병대 부사관이 되고 야간부 법과에 적을 두다 졸업을 못한 채 사회의 건설 역군으로 국내외를 전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였음에도 상실의 상처를 알고있음에도 저자는 아이와 아내를 두고 괌으로 떠났다. 그는 이렇게 처지를 극복하고자 정력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또한 그는 평생을 스스로 판단하여 살았다. 해병대에서 후임기수들이 신병들의 새 옷을 빼앗아 입었을 때 그는 몽둥이를..

독서 2019.10.07

진로에 대한 걱정.

이틀에 걸쳐 교수님 여섯분과 상담을 했다. 현재 3학년 1학기가 끝나가지만, 취업준비를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상담신청을 했다. 국제학부 교수님은 내 전망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셨다. 현재 학교교류로 인턴가는 것도 좋은 곳이고 경력으로도 빵빵한 곳이며, 일본어 1급 자격증과 높은 토익점수가 경쟁력있다고 말하셨다. 일본의 히다치에 취업한 선배와 ANA항공에 취업한 선배분과 상담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고까지 하셨다. 법학부 교수님은 로스쿨을 가라고 하셨다. 법대를 나왔고 성적도 괜찮으니 전문직인 변호사가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나도 법학이 전공인 이상 로스쿨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히 변호사의 꿈도 가지고있었고 그에 맞춰 몇개의 경력을 쌓기도 했지만, 변호사란 직업의 미래전망이 너무 어..

카테고리 없음 2019.06.06

추측

요즘 뉴스같은 매체에서 인터뷰하는 젊은이들의 내용을 보면 ' 맛있는 것 같아요.' , '재밌는 것 같아요.' 처럼 확신을 표현하지 못한다. 100%의 표현을 하지않고 80%, 90%만 표현해서 나머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반대인쪽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아니면 선택하지 않고 강요받아온 삶의 표현일까. 살아본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세상은 보통 「한다」, 「안한다」 의 2택이다. 한번 해볼까 라는 것은 없다.세상에 전진하지 못하는 말은 없다. 서두르지 않고, 하지만 쉬지않고 노력한다면 결국 승급한다.퀸이든 나이트든 비숍이든 룩이든 자기가 원하는 그 형태로 말이다. 하늘은 진심인 사람에게 사명을 부여한다. 그 숭고한 사명을 수행해가는 것의 축약이 인생이다.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강하고, 당..

생각 2019.03.07

피투성(彼投性)

'나는 낳음당했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있다. 유머사이트였나 했는데 어찌됐든 저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큰 의미를 가진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피투성(彼投性,Geworfenhei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하이데거는 인간이 세계를 구성하는 순수 의식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지도 만들지도 않은 세계에 어쩔 수 없이 내던져진 존재라고 말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살아야한다. 이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상태를 하이데거는 "피투성" 이라 불렀다. 피투성은 기분 (특히, 불안)을 통해 자각된다. 예를 들어, 살다보면 문득 "왜 나는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는가?"혹은 "곧 죽을 자신에게 사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불안을 안고있는 물음이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이 때, 우리는 '..

생각 2019.03.07

이곳에서

군대에서 썼던 글입니다. 입대하고 약 1년이 지났다. 1월9일의 부루퉁한 칼바람에 양손을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술도 못마시는 나는, 입대전날까지도 맨정신으로 드라이브의 사진첩들을 넘겨가며 추억을 되새기기를 반복하다 잠에들었다. 복부아래에서 올라오는 이상한 느낌에 헛구역질이 자꾸 났다. 나는 분명 삶의 새로운 기로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도착한 진주의 바람은 매서웠다. 살을 에는 바람과 그보다 더 한 기류, 민머리들로만 가득한 진주는 무겁고 아픈 분위기에 붙들려있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해본적 없는 나에게는 관물함 정리, 구보, 총검술 모든 게 낯설었다. 그저 어머니와의 3분 통화에서 어떻게 울지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만 생각하던 미숙아였다. 81110, 나의 특기번호이다. 헌병이라는 특기인데 영..

생각 2019.03.07

군대1

군대에서 썼던 글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시간은 느린듯 빠르며 나는 어느새 상병5호봉이 되어있다. 그래도 나름 군생활 1년하고도 몇개월 더 했으면 군대에 익숙해지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지금이 일병때보다 더 힘들다. 가우스 이론에서와 같이 군대라는 조직은 동일한 종(출신,직업,가정형편등의 요소를 배제한,)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경쟁적 우위에서 뒤떨어진 자는 노동을 더 많이하고 노동의 대가도 더 적게 받는다. 그 해당원이 '나'이다. 이 경쟁적 우위는 여러 구별법이 있다. 간부와 병사, 목소리가 큰 자와 작은 자, 엄한 사람과 상냥한 사람, 근력이 강한 자와 약한 자, 친화력이 좋은 사람와 좋지 못한 사람 등이 있다. 분명한 것은 사회에서 무엇을 했느냐, 학식이 어느정도 있느냐 는 고려되지 않고 트럭에..

생각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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