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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Formicophilia

 대학교 1학년의 나는 등산동아리에 가입해 있었다. 


등산이 좋았다. 


그 고지에서 느껴지는 황홀한 공기, 향긋한 꽃과 나무들 그리고 그 주위를 떠도는 벌레와 곤충들마저도 사랑스러웠다. 


이번 2학기 MT가 정해졌을 때도 늘상 그렇듯 기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눈뜬채 밤을 새고 아침까지 아드레날린 맥스의 상태로 MT집합장소로 갈 준비를 하였다.




산을 오르는 것은 순조로웠다. 동아리원 15명 모두가 평소에 등산을 즐겨하기 때문에 막힘없이 정상으로 쭈욱 걸어나갔다.


정상까지 십여분 남았을 때 한 키큰 남자선배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풀숲에서 빠르게 해결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적당히 사람들도 지쳤을 무렵이니 회장형은 허락했고 나머지 동아리원들은 그 자리에서 앉아 쉬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풀숲으로 갔던 키 큰 선배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비명지르며 눈물콧물범벅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평소라면 그 선배의 꼴사나운 모습에 모두가 웃었을 터인데, 그 선배 뒤에 쫒아오는 것들을 보자 모두 얼굴이 굳었다.


검은 구름같은 것들이 선배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것은 벌들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기보다 먼저 반사적으로 몸이 튀어나갔다. 재빠르게 정상을 향해 달려갔다. 그 생각을 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는지 모두가 달려갔다. 하지만 방향을 아래로 향한 학생들이 대다수였고, 회장형과 나를 포함한 세네명만 위로 향했다. 불행한 점은 벌들에게 쫒기던 그 키 큰 선배가 우리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축적된 피로에 다리의 힘이 점차 풀려오고 인적없는 산이었기에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은채 우리는 체력의 한계를 맞았다.


그대로 쓰러지고 벌들은 우리를 덮쳤다.


너무나도 많은 침들을 맞은 키 큰 선배는 쇼크사하였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도 상황은 심각했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막길로 간 동아리원의 신고로 구조되었다. 




한 명의 사망과 수명의 중상으로 대학이름을 걸고 뉴스까지 나오자, 대학교측에서는 징계로 동아리를 해체시켰고, 그 뒤 나는 바로 휴학했기 때문에 다른 동아리원들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번 벌들도 최고였다. 라는 감상을 가진 채 나는 또 산을 향하였다.


그 키가 큰 선배가 소변을 볼때 정면의 나무위에 있던 벌집에 돌을 던졌던 것과 벌들이 쫒아오자 무의식적으로 위를 향하였던 것의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지금도 산이 나를 부르는 느낌이 든다.




앞에 4-50대로 보이는 산악회사람들이 걸어나간다.


오늘도 무언가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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