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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Formicophilia 대학교 1학년의 나는 등산동아리에 가입해 있었다. 등산이 좋았다. 그 고지에서 느껴지는 황홀한 공기, 향긋한 꽃과 나무들 그리고 그 주위를 떠도는 벌레와 곤충들마저도 사랑스러웠다. 이번 2학기 MT가 정해졌을 때도 늘상 그렇듯 기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눈뜬채 밤을 새고 아침까지 아드레날린 맥스의 상태로 MT집합장소로 갈 준비를 하였다. 산을 오르는 것은 순조로웠다. 동아리원 15명 모두가 평소에 등산을 즐겨하기 때문에 막힘없이 정상으로 쭈욱 걸어나갔다. 정상까지 십여분 남았을 때 한 키큰 남자선배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풀숲에서 빠르게 해결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적당히 사람들도 지쳤을 무렵이니 회장형은 허락했고 나머지 동아리원들은 그 자리에서 앉아 쉬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풀숲으로 갔.. 더보기
Abasiophilia Abasiophilia 나는 교통사고 골절로 3개월간 병원에 입원했다. XX병원 병실 705호. 졸음운전을 하던 운전자탓에 멀쩡히 횡단보도를 건너던 나는 치였다고 들었다. 마침 대학교 방학기간이기도 했고, 나를 친 운전자가 돈이 꽤나 많은듯 병원의 독실에까지 넣어줬기 때문에 썩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그저 3개월간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병실 속 무료함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만이 고민이었다. 양쪽 팔이 묶여 구속되어있으며 만약을 위한 것인지 방문도 바깥에서 잠겨있었다.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힙겹게 발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태블릿으로 소설을 보다가 벽너머에서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에 나는 정신이 확 들었다. 왼쪽벽면에서 나는 소리인 것을 감안하면 704호의 소리이다. 평소에 내 병실의 문은 바깥에서 잠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