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썼던 글입니다.
일련의 소동이 있었다.
아니 소동이라기엔 너무 컸으니 대동이 맞겠다.
후임이 세제를 마실려고 했다.
그 후임은 정신적으로 많이 어리다.
어머니가 부자여서 여지껏 유복함속에서 살아왔기에 자신이 부족한 지 모르고 살아왔다.
딱히 사람을 만날 필요성도 못느꼈기에 친구도 없이 22세까지 게임만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군대에 왔다. 기본군사훈련단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소대장들이 알정도의 네임드가 되었다.
소대에 배속된지 이틀째 주임원사님과 자신의 동기들간의 간담회에서 소대의 불편한 점을 모두 말하였다.
소대에 배속된지 삼일째 주임원사님이 와서 소대의 불편한 점, 부조리한 점 모두를 바꾸었다.
그리고 사일째, 병장들이 청소를 하고 차출을 가고 행정업무를 모두 보았다. 일병들에게 시키는 것은 악폐습이라며 모든 일을 병장이 하도록 하였다.
나는 너무 억울했다. 일병때는 일병이라고 일시키고 제초도 시키고, 상병때는 본격적으로 행정업무를 봐야했기에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비번시간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이제 겨우 병장이 되어 숨좀 돌리려는데 병장이 모든 일을 다 해야한다고 한다.
선진병영이니 뭐시니 해서 다 하라고 한다.
처음 대들던 69기 병장이 주요군기위반으로 군기교육대 이틀을 가게 되었다.
두번째로 대들던 내가 일반군기위반으로 군기교육대 하루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도 외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묵묵히 병장들은 모든 업무를 보았다.
그렇게 병장들이 하나 둘 전역하고 나도 곧 전역이 가까워지는 시점.
현재의 일병 상병들은 아무일도 하지 못한다.
훈련법, 교육법, 행정업무 보는 법 모두를 알지 못한다.
그렇게 되니 소대장과 선임부사관은 왜 애들에게 안가르쳐줬냐고 한다.
그런건 일하면서 차츰 알아가는 것인데 그들은 일하기 싫으니 모두 병장들에게 떠넘기고
막상 필요할 때가 되니 우리탓을 하는 것이었다.
서두에 세제를 먹은 그 후임도 아무것도 몰랐다.
이제 곧 상병을 닮에도 기본적인 총기파지법조차 헷갈려했다.
일병3~4호봉급에서 가는 2개월간의 포대파견에 그 아이의 차례가 되어서 보냈다.
파견소에서 다른 소대 동기들은 모두 일을 잘하는데 그 후임만 아무것도 못했다.
동기들에게 무시받고 놀림받고 하다가 이 아이는 칼을 들었다.
식칼로 동기를 찌르려고 하다가 원사가 발견하고 말렸다.
그리고 다음날 소대에 피바람이 불었다.
이 후임을 어떻게 가르쳤길래 이렇게 되었냐고 우리에게 따진다.
항상 선임자의 잘못이다. 이것도 저것도.
그 후임은 그날 저녁 파견에서 강제로 하번당하고 다른 아이가 파견을 떠났다.
나는 그 후임의 면전에서 윽박질렀다.
그렇게 신고를 당했다.
다시 군기교육대에 갔다.
그저 술마시고 흐름에 따라 쓰게되었다.
그 후임은 소대에 돌아와서 여전히 아무것도 못하고 살다가 사고를 쳤다.
소대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해주던 선임을 그 사고로 처벌받게 만들었다.
이 후임은 죄책감에 그날 11-3 근무때 물통에 세제를 담아 마실려다가
지나가던 분대장에게 발견되어 미수에 그쳤다.
그 아이가 세제를 마시게 된 것은 우리의 악폐습이 아니다.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할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간부는 책임지고싶지 않아하기에 항상 선임급에서 책임을 진다.
나는 또 처벌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