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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그냥저냥

 살아간다는 느낌은 든다.

24시간 교대근무여서 항상 졸리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고

나 혼자만 손해보는 것 같아 혼자 숨죽여도 살아갈 수는 있고

두려움에 못이겨 후임에게 윽박질러 신고받아도 살아갈 수는 있고

후임이 음주운전을 해서 연대책임으로 처벌받아도 살아갈 수는 있고

매형이 내 주택보증적금 200만원을 나몰래 가져가도 살아갈 수는 있고

누나네 시댁사람들이 내 피규어들을 보며 손가락질 해도 살아갈 수는 있고

안 들어간지 한참된 페이스북 메세지와 알림이 쌓여만가도 살아갈 수는 있고

1년간 소대장이 4번 바뀌는 문제있는 소대의 당사자가 되어도 살아갈 수는 있고

허공을 응시하는 시간이 길어질때마다 의식적으로 깨려고 해도 살아갈 수는 있고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기억들에 허우적거리며 잠에 들어도 살아갈 수는 있고

넘어지면 넘어진채로 있는게 가장 안전하다고 깨달아도 살아갈 수는 있고

그저 조용히 이기심에 묻혀가는 나를 비추며 바라봐도 살아갈 수는 있고

어렴풋이 들려오는 나에 대한 뒷얘기에 무뎌져도 살아갈 수는 있고

주위에 절망하여 끊임없이 타협해가기만 해도 살아갈 수는 있고

그저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법을 잊어버려도 살아갈 수는 있다.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저냥 살아간다는 느낌은 든다.


군대에서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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